1980년대 후반, 슈퍼히어로 장르가 다소 주춤하던 시기에 공개된 영화 《슈퍼맨 4: 평화를 위한 투쟁》은 슈퍼맨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 문제를 주제로 삼으며 야심찬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오늘은 영화 슈퍼맨 4: 평화를 위한 투쟁 (1987)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감독: 시드니 제이. 퓨리
출연: 크리스토퍼 리브, 진 핵크먼, 마크 필로우, 마곳 키더
장르: 슈퍼히어로 / 액션 / 에스에프
러닝타임: 90분
영화는 안타깝게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슈퍼맨 시리즈에 한동안 마침표를 찍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진정성과 의도가 오롯이 담긴 영화로, 지금까지도 이야기할 가치가 충분하다.
줄거리 – 슈퍼맨, 지구의 핵무기를 제거하다
이야기는 한 평범한 초등학생이 슈퍼맨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편지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슈퍼맨, 제발 핵무기를 없애 주세요." 이 순수한 목소리에 마음이 동한 슈퍼맨은 전 세계의 핵무기를 수거해 우주로 날려 보내는 결단을 내린다. 인간들이 자초한 위협을 초월적 존재인 슈퍼맨이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슈퍼맨의 오랜 숙적, 렉스 루터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감옥에서 탈출한 루터는 슈퍼맨의 디엔에이를 훔쳐 태양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슈퍼맨의 복제 생명체, 뉴클리어 맨을 탄생시킨다. 뉴클리어 맨은 슈퍼맨과 대등한 능력을 지녔으며, 태양빛 아래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존재다. 그는 루터의 명령을 받아 슈퍼맨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두 초인적인 존재 사이의 전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이러한 대립을 중심으로 슈퍼맨의 고뇌와 선택, 그리고 그가 품은 인류에 대한 사랑을 다룬다.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상은 숭고했지만, 인간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그것은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인상적인 대사 (의역):
“슈퍼맨이 핵무기를 없애기 전에, 우리한테 한 마디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출연 배우 – 크리스토퍼 리브의 마지막 슈퍼맨
* 크리스토퍼 리브 – 슈퍼맨 / 클라크 켄트 역
크리스토퍼 리브는 말 그대로 슈퍼맨 그 자체였습니다. 1978년 《슈퍼맨》 1편에서 처음 타이츠를 입은 이래, 그는 네 편의 시리즈에서 슈퍼맨과 클라크 켄트를 완벽하게 오가며 "슈퍼히어로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슈퍼맨 4》에서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공동 스토리 작가로도 참여했습니다. 그는 냉전 시대의 현실적 공포인 핵무기를 영화의 주요 테마로 삼고, 슈퍼맨을 통해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 진심은 영화 속 슈퍼맨의 대사와 행동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안타깝게도 이후의 사고로 인해 리브는 하반신 마비라는 큰 시련을 겪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사회 활동과 장애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실 속 '진짜 슈퍼맨'으로 살아갔습니다. 그의 마지막 슈퍼맨 역할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점은 팬들에게 매우 상징적입니다.
* 진 핵크먼 – 렉스 루터 역
시리즈의 전통적인 악역, 렉스 루터 역은 명배우 진 핵크먼이 다시 맡았습니다. 냉철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이 천재 악당은 슈퍼맨의 철학적 대립점을 상징하며,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음모를 꾸밉니다. 그는 슈퍼맨의 머리카락에서 디엔에이를 추출해 뉴클리어 맨을 만들어냄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슈퍼맨의 이상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핵크먼은 이 시리즈에서의 루터 연기로 대중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루터의 교활한 면보다 코믹하고 과장된 요소가 부각되어 긴장감이 다소 희석되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독특한 카리스마로 극을 이끄는 중요한 축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마크 필로우 – 뉴클리어 맨 역
뉴클리어 맨은 이번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이자, 슈퍼맨과 맞붙는 최종 보스격 존재입니다. 이 역할을 맡은 마크 필로우는 본래 모델 출신으로, 《슈퍼맨 4》가 그의 첫 영화 출연이자 마지막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는 대사 없이 오직 외모와 신체 표현으로만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습니다. 태양광을 원천으로 삼고, 슈퍼맨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설정은 꽤 흥미롭지만, 캐릭터 자체가 단조롭고 서사가 부족해 많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외모와 슈퍼맨과의 격투 장면 등에서는 꽤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고, 지금도 슈퍼맨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는 회자되는 캐릭터입니다.
* 마곳 키더 – 로이스 레인 역
슈퍼맨의 영원한 파트너, 로이스 레인 역의 마곳 키더 역시 본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시리즈 3편에서는 비중이 줄었지만, 4편에서는 다시 주요 조연으로 복귀해 클라크 켄트와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녀는 이번에도 뛰어난 기자 정신과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슈퍼맨 곁을 지켜줍니다.
마곳 키더는 시리즈 내내 로이스 레인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독립성과 지성을 잘 표현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비록 영화 전반의 완성도가 낮아 그녀의 활약이 제대로 빛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슈퍼맨과의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캐릭터의 매력도 살아 있었습니다.
* 재키 쿠퍼 – 페리 화이트 역
페리 화이트는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으로, 슈퍼맨 시리즈의 ‘사실적인 일상’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재키 쿠퍼는 이번 작품에서도 냉철하지만 따뜻한 편집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클라크 켄트와 로이스 레인의 일상에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쿠퍼는 할리우드 아역 스타 출신으로,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기도 합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영화에 묵직한 안정감을 주며, 슈퍼맨 시리즈의 리얼리티를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관전포인트 – 실패작이라 불리는 영화 속 빛나는 메시지
《슈퍼맨 4》는 여러 면에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영화다. 제작사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그 여파로 특수효과는 눈에 띄게 저급해졌으며, 편집도 어설픈 장면이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재활용되거나 우주 장면에서의 중력 표현이 어색하게 구현되는 등의 문제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러닝타임도 짧아 서사 전개가 매우 급하고 캐릭터 간의 갈등도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여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이 작품을 통해 "슈퍼히어로가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슈퍼맨은 단순히 악당을 무찌르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가 만든 위협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관객에게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던진다.
또한, 뉴클리어 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기술이 도덕성 없이 사용될 때 발생하는 재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캐릭터는 인류가 만든 가장 위험한 발명품인 핵에너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만큼, 슈퍼맨과의 대결은 곧 기술과 양심의 충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오늘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던진다. 전 세계가 핵무기로 인한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핵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현실과의 간극은 클지언정, 슈퍼맨이 보여준 그 비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슈퍼맨 4: 평화를 위한 투쟁》은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 중심에는 진지한 철학과 이상이 담겨 있다. 비록 흥행과 평가에서 실패했더라도, 슈퍼히어로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마지막 슈퍼맨이자, 그가 전하고자 했던 평화에 대한 진심을 느껴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 있는 유산이다.